한 사람은 전북 임실의 농촌마을에서 태어났다. 평범한 산골짜기였지만 박사들을 많이 배출해 일명 ‘박사마을’로 유명한 곳이다. 그는 교직에 계신 부친을 따라 익산과 전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방학 때 임실 본가에 다녀오면 성적이 쑥 오르곤 했다. 시골마을에 학원이나 족집게 과외선생님이 있을 리는 없고, 조용한 곳에서 혼자 공부하니 오히려 효과가 좋았거나 어쩌면 정말 노령산맥의 정기(精氣) 덕일지도 몰랐다. 수험생 때도 매일 7시간 이상 잠을 잘 만큼 ‘적당히’ 공부했는데도 당시 인기학과였던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.
다른 한 사람은 서울에서 태어났다. 교사였던 부친을 따라 강원도 영월, 삼척, 전라도 광주 등을 다니다 12살 때부터 서울에 살았다.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 집안 분위기 덕에 십대 중반까지는 신나게 놀았는데, 어느 날 또래들이 시험공부를 하는 걸 보고 스스로 책상에 앉기 시작했다. 공부를 할수록 화학에 큰 흥미를 느꼈으나 대학 진학을 앞두고는 부친이 권유한 ‘굶을 걱정 없는 약대’를 선택했다.
동갑내기였던 두 사람은 1976년 서울 종로에서 지인들 무리에 섞여 처음으로 만났다. 그리고 그 날 우연히 가는 방향이 같아 종로에서 서울역까지 둘이 걸어가게 됐는데, 그 날 이후로 두 사람의 길은 결코 나뉘지 않았고 40년 가까이 함께 걷게 되었다. 김장주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와 이공주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 부부의 이야기다.
출처: https://kast.tistory.com/95 [Science and Academy Today]